라일락(Lilac)‘부활의 상징’

봄볕에 한들거리는 연보라색의 라일락꽃은 제 가슴안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 모퉁이에서 봄이 되면 향기로운 꽃향기를 풍기며 활짝 피어나던 라일락이 생각납니다. 눈을 감고 라일락의 꽃향기를 맡노라면 어느 세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라일락은 올리브과의 시링가(Syringa)속에 속하며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라일락의 식물학명이 시링가(Syringa)입니다. 라일락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시링가(Syringa)는 숲과 들의 신인 판(Pan)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정이었습니다. 판(Pan)은 시랑가(Syringa)에게 첫눈에 반하였고 끊임없이 시링가(Syringa)를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시링가(Syringa)는 판(Pan)에게 관심이 없었고 그에게서 도망쳤습니다. 판(Pan)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신들에게 자신을 덤불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신들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시링가(Syringa)는 우리가 지금 라일락으로 알고 있는 덤불로 변했으며, 덤불에서는 봄이 되면 연보라색의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납니다.

 

연보라색의 라일락에는 다양한 꽃말이 있습니다. 라일락의 섬세한 아름다움과 달콤한 향기를 뿜어 낼 뿐 아니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는 꽃 중 하나로 첫사랑, 천진난만, 순수 젊은 등의 의미를 전달하는 꽃입니다.

또 새로운 시작을 알리거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의미로 결혼식이나 기타 축하 행사에 많이 등장하는 꽃입니다.

 

러시아에서 전해지는 풍습에는 새로 태어난 아기를 안고 라일락 나무 아래 서 있으면 아기가 지혜로워진다고 하였답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에서는 긴 겨울을 지나 봄에 피어나는 라일락이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부활의 의미로 여겼습니다. 지금도 유대교에서 부활절을 기념을 기념하는 행사에 사용하는 중요한 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라일락은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상실감에 힘들어하는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합니다. 1865년 4월 14일에 연극을 관람하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했을 때 시인 월트 휘트먼은 「지난봄 라일락이 앞뜰에 피었을 때 (When lilacs last in the dooryard bloom'd)」라는 링컨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를 썼습니다. 휘트먼은 갑작스러운 링컨의 암살 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슬픔에 싸였고, 황망한 마음을 달래며 서 있었던 그 자리가 라일락 덤불 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라일락꽃이 피고 그 짙은 향기를 맡으면 사랑하는 이의 안타까운 이별을 애도하고 그리워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도 라일락은 여전히 새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2주 정도의 짧은 개화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라일락을 보고 즐기기 위해 심고 가꾸고 있습니다. 특히 뉴햄프셔주의 로체스터에서는 주민들이 자칭‘라일락 시티’라고 부르며 매년 라일락의 개화기에 맞추어 2주 동안 라일락 축제를 개최합니다.

 

이 축제는 로체스터의 많은 정원과 공원에서 라일락이 피는 것을 기념하는 연례행사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날 방문객들은 활짝 핀 아름다운 라일락을 감상하면서 라이브 음악, 맛있는 먹거리, 직접 만든 공예품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라일락 축제에는 지역 고등학생들이 라일락 축제 여왕의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라일락 축제 여왕 대회도 개최됩니다.

축제의 또 다른 전통은 Rochester Common과 Hanson Pines를 포함하여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과 정원을 달리는 Lilac 5K 로드 레이스입니다. Lilac 5K 로드 레이스는 다양한 연령별, 능력별로 나누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서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이라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축제인 것 같습니다.

 

라일락(Lilac)은 부케나 꽃꽂이처럼 화사한 꽃으로 보는 것 외에도 우리의 일상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라일락은 기분 좋은 향 때문에 향수, 비누 및 기타 향이 나는 제품에 향료로 사용됩니다. 그뿐 아니라 라일락 향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심신을 이완, 안정시키기 위한 아로마 치료법의 좋은 재료입니다.

 

라일락은 음식의 맛과 향을 위해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꽃과 잎이 샐러드나 차, 시럽을 만드는 데 사용하거나 오일과 식초에 절여서 먹기도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라일락 향으로 만들어진 껌을 즐겨 씹었습니다. 지금도 라일락 향을 맡으면 어릴 적 그때로 돌아갑니다. 다들 이러한 추억 하나씩은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