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방울꽃(Lily of the valley)은 작고 앙증맞은 종 모양의 흰색 꽃이 계단식으로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살짝 흔들어 주면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은 모습입니다. 은방울꽃은 화창한 봄날 초록빛 꽃대를 타고 오르며 피어나는 모양이 성스럽기까지 하여 ‘천국으로 가는 사다리’, ‘야곱의 사다리’라고도 불립니다.
은방울꽃의 학명 Convallaria majalis이며 유럽, 아시아 및 북미가 원산지로 알려진 작고 섬세한 꽃이 피는 식물입니다. 아스파라거스과(Asparagaceae)에 속하며 종 모양의 흰색 꽃에서는 달콤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납니다. 은방울꽃을 ‘5월의 백합’이라고도 합니다.
은방울꽃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은방울꽃은 마이아 여신의 잃어버린 아들 헤르메스를 위해 울면서 흘린 눈물에서 싹이 텄다고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은방울꽃의 또 다른 이름이 ‘성모마리아의 눈물’,‘마리아의 눈물’이라 불리는 배경도 비슷합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장소에서 마리아가 흘린 눈물을 먹고 자란 꽃이라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이런 연유로 은방울꽃은 수도사들이 재단을 장식할 때 많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도 성령강림절에는 은방울꽃으로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은방울꽃은 향기롭고 아름다운 모습만으로도 긴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16세기에 은방울꽃은 관상용 식물로 매우 인기가 있었습니다. 정원의 조경을 위해 재배되었고, 장식용 꽃꽂이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은방울꽃의 인기는 18세기와 19세기에 특히 프랑스에서 널리 퍼졌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봄의 상징이 되었고 노동절 연휴와 연관되었습니다. 프랑스어로 ‘muguet’이라고 불리는 은방울꽃은 ‘돌아온 행복’을 상징하며 노동절(메이데이)을 ‘뭐게(muguet) 축제일’로 기념한다고 합니다. 특히 은방울꽃은 프랑스인들에게 행운의 상징으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의미로 주고받는 꽃이라 합니다.
은방울꽃은 왕실 결혼식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1840년 결혼식 날 은방울꽃 부케를 들고 나간 것으로 유명하며, 그 이후로 다른 많은 왕실 신부들이 이 전통을 따랐습니다. 지금도 순백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신부의 부케로 사랑받는 꽃입니다.
은방울꽃과 관련된 실존 인물로 전해지는 노블락의 레오나르도(Léonard of Noblac)로도 알려진 성 레오나르도의 이야기입니다. 성 레오나르도는 6세기에 태어난 프랑크 귀족으로 기독교 수도사가 되었고 죄수, 노동하는 여성, 말의 수호성인이 되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숲 속을 거닐다가 잔인한 영주에게 포로로 잡혀 있는 한 무리의 죄수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죄수들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그들을 위해 중재하였고 기적적으로 그들을 사슬에서 풀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일로 인해 성 레오나르도는 수감자들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포로 생활에서 풀려나도록 그에게 간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리모주에 수도원을 세우고 많은 사람을 돕는 일을 하였습니다.
성 레오나르도(St. Leonard)와 관련된 또 다른 전설은 은방울꽃 이야기입니다. 이 전설에 따르면, 범죄 혐의로 누명을 쓴 한 여성이 판결을 받기 위해 판사 앞에 끌려왔습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리려고 할 때 성 레오나르도(St. Leonard)가 은방울꽃을 손에 들고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판사에게 꽃은 피고인의 결백과 순수함을 상징하며 그녀를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판사는 성 레오나르도(St. Leonard)의 말에 감동을 받아 즉시 그 여성을 석방하고 그녀의 무죄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은방울꽃은 성 레오나르도(St. Leonard)와 관련이 있으며 때때로 "St. Leonard의 백합"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에서 여러개의 별칭을 받고있는 은방울꽃(Lily of the valley)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상징적 의미로, 미술품의 가치를 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심장병과 간질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 요법에도 사용되었으며, 향수와 화장품에 향료로도 꾸준히 사용되어오고 있는 꽃입니다.
은방울꽃(Lily of the valley)의 작고 신비로운 종 모양의 꽃이 때론 행복으로, 때론 희망으로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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